비서사, 침묵자  
임주영(이반림) 지음

128x188(mm) / 150p / 초판일자 : 2025.09.12
ISBN 979-11-994521-0-7 (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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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비서사, 침묵자》는 “왜 무대의 모든 요소는 독립적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야기는 언제나 완결과 해석을 요구하지만, 삶은 오히려 미완과 파편으로 가득하다. 전통적인 무대예술은 언제나 완결된 서사를 요구해 왔다. 관객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기대하고, 창작자는 이를 충족시키는 구조 속에서 작업해야 한다. 그러나 저자 임주영(이반림)은 서사로 환원되지 않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틈과 공백에서 더 진실한 감각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비서사’라는 실험을 통해, 서사의 흐름을 벗어나 말과 말 사이의 틈과 공백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감각을 붙잡는다.

퀵 아트(Quick Art) 그러나 오늘날 예술은 속도와 압박 속에 있다. 빠른 제작과 즉각적 소비, 이른바 ‘퀵 아트(Quick Art)’의 조건에서 예술은 사유의 깊이를 잃어가고 있다. 저자는 현대 예술의 창작 환경을 퀵 아트(Quick Art)라 정의한다. 그러나 속도는 단순히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회적 사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힘, 동시대성을 담아내는 힘이 바로 퀵아트의 장점이기도 하다. 작가는 빠름 속에서 멈춤을, 압축 속에서 여백을 함께 사유하며, 속도와 침묵이 공존하는 무대를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침묵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새로운 사건을 일으키는 적극적 장치로 자리 잡는다.

침묵자
여기서 탄생한 개념이 바로 ‘침묵자’다. 침묵자는 말을 멈춘 인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물, 빛, 잔향, 떨림, 공기까지도 침묵자가 될 수 있다. 침묵자는 언어의 질서를 거부하고, 존재 그 자체로 무대를 흔들며, 사회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획득한다.
책은 실제 공연 <말하기 그리고 멈추기>의 사례를 포함하여, 서사 없이도 감각과 의미가 어떻게 생성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비서사, 침묵자》는 결국, 말해지지 않은 것에서 더 많은 것을 듣고자 하는 책이다. 서사로 환원되지 않는 경험, 불편하지만 진실한 감각,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질문을 남기는 순간들. 그것은 예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언하는 자리이며, 동시에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발췌

나는 무대 위 침묵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내 삶부터 서사의 형태를 벗어나 있었다. (10p.)

예술은 증언하려는 욕망과 증언할 수 없다는 사이에서 흔들린다. 말로 할 수 있는 만큼만 남기려 한다면, 우리는 절반밖에 기록하지 못한다. (18p.)

작품이 세상에 발표되면서부터 더 이상 창작자 소유에 머물지 않고, 공공재로 기능해야 하는 시점에 이른다. (24p.)

퀵 아트는 양날의 검과 같다. 속도와 효율이 가져오는 확산력과 동시대성은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그 속도에 매몰될 경우, 예술은 존재 이유를 갉아먹게 된다. (32p.)

비서사극은 관객의 즉각적인 이해를 전제하지 않는다. (69p.)

끊임없는 말과 소통이 강요되는 시대에, 침묵은 거부와 저항의 행위가 된다. (82p.)



저자소개

임주영(이반림)
미술작가를 시작으로, 현재 극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24년 월간문학 신인문학상 희곡 부문에서 수상해 극작가로 등단했다. 이후, 창작집단 H8E를 설립해 서사와 비서사를 넘나들며, 비서사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2025년 연극 <공란>을 시작으로, <획의 간극>, <더 나은 휴머니티>, 다원예술 공연 <말하기 그리고 멈추기>, <의식적 정화> 공연을 쓰고, 연출했다. 미술작가로서도 개인전 5회 이상, 단체전 10회 이상을 작업한 전시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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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_ivanlim